동물모델을 이용한 전임상 실험에서 굉장한 효능을 보였던 약물이 막상 임상에 들어가면 80% 이상은 실패한다고 합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분열증약으로 처방되는 리튬이 루게릭 병의 동물모델인 SOD1 쥐에서 획기적으로 30일 이상 생존률을 높이는 것으로 관찰되었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3개의 다른 임상 3상 실험이 진행되었지만 결국에는 모두 실패했다고 합니다. 거기에소요된 1억 달러 이상의 비용도 문제지만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확실하지 않은 수백명의 임상실험 참여 환자들의 기회비용은 헤아리기 힘들 것입니다.
미국 메사츄세츠 주의 ALS Therapy Development Institute의 Steve Perrin 박사는 최근 Nature에 기고한 글을 통해 동물모델을 사용한 실험과 임상실험의 단절에 대한 이유의 하나로 잘못된 전임상 실험설계를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페린박사의 연구실에서는 동물모델 실험에서 루게릭 병에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되었던 후보약 100여개를 재검증한 결과 어느 하나도 처음 동물실험의 결과를 재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중 8개는 이미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까지 가서 실패를 했으니 그 시간적 재정적 손해는 엄청나겠지요. 이쯤되면 동물모델이 과연 유용하긴 한건지에 대한 회의가 들만도 합니다.
페린 박사는 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물 모델에 대한 검증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후속 연구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 주장하며 몇 가지 대안을 Nature 지 기사에 내어놓았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링크된 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NPR에서도 최근 관련 토픽을 다루었습니다.